운전석이 우리와 다르다보니 깜빡이 켠다고 손을 댈 때마다 앞 유리의 와이퍼가 좌우 운동을 힘들게 한다. 그러나 길이 한적한 탓에 긴장은 없었다. 옆 좌석에 앉은 해경선생님이 보조를 잘해 금방 익숙해졌다.
우리가 찾아가려는 히라우치 해중온천은 하루에 두 번 간조전후 2시간정도만 입욕이 가능한 온천이다. 만조 시간을 모르니 서둘러 가는 수밖에…..
도착했다.
두어 대의 좁은 주차공간에 차를 세우고 수건만 챙겨 온천장으로 갔다. 고요하고 맑게 갠 하늘이 몸 속 깊숙이 스며들 것 같은 화창한 오후다. 주위는 사람 한명 보이지 않고 적막하다. 입구는 간단한 안내문과 막대만 걸려있다. 자유롭게 입장하되 알아서 요금을 지불하라는 소박한 통이 놓여있고 물바가지만 몇 개 걸려있는 자그마한 노천탕이었다.
바다에서 온천이라니 신기할 뿐이다. 수영복은 금하고 남녀 혼욕이라지만 우리를 제외하곤 찾는 사람이 없다. 지붕도 없이 열린 공간이라 주변의 시선에 신경이 쓰였지만 용감해졌다. 나이가 드니 몸이 부끄러움을 잊었다. 뜨겁게 달구어진 바위로는 이름 모를 바다생물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머리 위에서는 뜨거운 햇살이 쏟아진다. 우리는 알몸으로 자그마한 탕에 몸을 담그고 두리번거린다. 바로 바다에 접해 있자니 물이 밀려오지 않나 불안하다. 오늘은 답사 차원의 몸 풀기다. 바닷새 몇 마리가 주변을 날고 해는 아직은 짱짱하다. 목까지 잠겨 파도소리를 듣고 있자니 처음의 망설임과 조심스러웠던 마음은 사라지고 신비한 느낌이 커진다. 10여분이 지나자 물이 들어오고 있다. 서둘러 나와 급하게 옷을 걸치고 왔던 길로 되돌아 나왔다. 찬찬히 야쿠시마를 돌아보기로 했다.
지나는 길에 도자기 굽는 공방이 있었다.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않는가? 느긋하게 한적한 전원을 꼼꼼하게 보자는 여행인데….. 좁은 길에 야물게 피어있는 야생화가 소박하지만 운치있는 도요를 가는 것이라 말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도착한 곳은 한촌의 궁상이 가득베어 있는 조잡한 도자기뿐이었다. 작가의 수고로움이 안쓰럽고 저런 작품이 팔리는 할까 싶은 마음에 먹고살기도 힘들겠구나하는 생각과 멀리서는 대부분의 것들이 아름다워 보인다는 생각으로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