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한 가고시마호텔의 맛있는 일본 가정식 아침은 상쾌한 출발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오늘은 이부스키로 이동해 스나무시 온천욕을 체험하고 여름 별미인 나가시 소멘을 찾아가는 날이다.
일정은 빡세지 않지만 느긋하게 맛난 음식을 즐길 수는 없었다. 예약한 기차를 놓쳐서는 일이 꼬일 수도 있으니 서둘러 노면 전차를 타고 중앙역으로 갔다.
플랫폼에는 열차를 타려는 사람들만 시끄럽고 열차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철로 위로 흑과 백의 대조적인 색깔의 3량짜리 특이한 열차가 들어온다. 얼른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보물상자라는 뜻을 가진 다바데바코 열차는 옛날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전해지는 이야기는 가고시마 바닷가 마을에 우라시마타로라는 어부가 나이든 홀어머니와 둘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우라시마타로가 바닷가에 나가자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거북이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우라시마타로는 아이들에게서 거북이를 구해 바다에 놓아 주었다. 얼마 지난 어느 날 낚시를 하러 나간 그에게 도움을 받은 거북이가 다가와 용궁성을 안내하겠다고 한다. 재미있겠다고 생각한 그는 거북 등에 타고 용궁성에 도착한다. 용궁성 사람들의 환대 속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문득 고향에 두고 온 어머니가 걱정이 되서 돌아가기로 생각한 우라시마타로는 용궁선녀로부터 인간의 가장 소중한 것이 들어있는 상자를 받아들고 마을로 돌아왔다. 상자를 건넨 용궁 선녀는 혹 다시 용궁에 돌아오고 싶으면 절대 상자를 열지 말 것을 당부했다. 상자를 열지 않겠다고 약속한 우라시마타로는 다시 거북등을 타고 마을로 돌아왔다. 그런데 마을 모습이 완전히 바뀌어서 집을 찾을 수가 없었다.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물어보니 우라시마타로는 300백 년 전에 바다에 나갔다 돌아오지 않는 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깜짝 놀란 우라시마타로는 할머니에게 물어 자신의 집을 찾아가 보니 그곳에는 어머니의 묘와 자신의 묘가 나란히 있었다. 그 때 문득 용궁선녀의 상자가 생각난 우라시마타로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어머니이니 어머니를 만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상자의 뚜껑을 열어버렸다. 그러자 상자 속에서는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우라시마타로는 눈 깜짝할 사이에 머리도 수염도 새하얀 쭈글쭈글한 할아버지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다.
단순한 옛날이야기에 착안하여 열차는 문이 열릴 때마다 흰 김을 맹렬하게 뿜어낸다. 외부 디자인은 용궁선녀로부터 우라시마타로가 건네받았다는 상자를 형상화했고 내부 객실은 가고시마산 원목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여행자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열차의 한량은 책상과 소파가 정갈하게 놓여있고 벽에는 다양한 책이 꽂혀있었다. 여행 내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차창 밖을 바라 볼 수 있는 좌석도 있다. 멋진 분위기에 취해 사진을 찍고 즐거워하는 사이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창 밖으로는 파란 바다와 사쿠라지마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꾸밈없는 시골의 정경도 펼쳐진다. 판매원에게 열차 안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이부타마 푸딩을 사서 맛보기도 하고, 내부를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방문기념 도장도 찍었다. 별것 아닌 것에 이야기를 더하고 꾸며 별것으로 만들어내는 일본인들의 재주에 놀라울 뿐이다.
출발 한지 한 시간 만에 이부스키에 도착했다. 역 주변에 예약해둔 렌터카업소에 들러 차량을 인계받고 모래찜질을 하러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