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라 미술관

방적 산업이 발달했던 쿠라시키였다. 방적산업으로 부를 추적한 오하라 집안은 기업 경영과 함께 공익사업에도 관심을 가졌다. 사장이 된 오하라 마고사부로(1880-1943)의 개인 컬렉션만으로 서양의 근대 미술품을 전시한 일본 최초의 사립미술관이 바로 오하라 미술관이다. 오하라 마고사부로는 화가인 친구 고지마 도라지로(1881-1929)를 경제적으로 지원하였으며 그의 감식안으로 선택된 서양의 미술작품을 수집하였고 이집트나 서아시아의 고미술품등도 수집하였다. 친구의 도움을 받아 공부를 하고 그 친구의 도움으로 세심하게 수집한 미술품을 작은 도시 오카야마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사나이들의 우정의 합작품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를 더해주었다. 부를 가진 남자와 예술을 하는 남자의 합작품은 사람은 떠났지만 여전히 그곳에 남아 여행객의 예술적 허기를 채워주고 수많은 여행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돈을 쓸 줄 아는 멋진 남자가 스페인에나 있나 했더니 가까운 일본에도 있었다.

담쟁이가 가을 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돌담 문을 지나 입장권을 구매하고 돌아서자 로댕의 작품인 칼레의 시민이 나를 맞는다. 저 조각 진짜야? 잠깐 고개를 갸웃거린다. 일본의 여행지 여러 곳에서 진짜를 방불한 복제품이 버젓하게 손님을 맞으면서 일본이 아닌 유럽의 어느 미술관 뜰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여러 번 받아서 의심이 고개를 든 것이다. 우람한 그리스 식 돌기둥을 올려다보며 본관으로 들어섰다. 일본인들이 열광하는 모네의 <수련> 모딜리아니의 <잔느> 고갱의 <향기로운 대지> 등 등. 르누아르, 세잔 피카소, 마티스는 물론 마크로스코, 앤디워홀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거장들의 작품들이 대단했다. 일본 국내외의 소장품이 약 3500여점이나 된다고 하며, 미술관 어디에서도 사진 촬영을 금하고 있으니 방대한 작품을 다 기억해 낼 수가 없다. 순로를 따라 작품을 대할 때마다 감탄하고 부러워하고 시샘하고 온갖 감정들이 요동을 친다. 엘 그레코의 수태고지는 넓은 방에서 차분하게 긴장 된 마리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하라의 친구였다는 고지마 도라지로의 그림 중에서 한복을 입은 조선여인을 그린 그림은 곱지만 쓸쓸했다. 출구가 가까워지는 계단을 내려오는데 익숙한 듯 생소한 자코메티의 조각이 안녕이라 인사를 건넨다. 아쉬운 나머지 미술관 벽면의 디자인을 살짝 사진에 담았다.

이 미술관에는 본관 외에도 분관, 동양관, 공예관등이 함께 모여 있어 차분하게 감상하려면 족히 한나절은 걸린다. 본관과 분관 사이에 잘 정리된 신케이엔이라는 정원에도 이사무노구치. 헨리무어의 작품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었다. 이 모든 작품들이 한적한 소도시의 사립미술관의 소장품이라니 일본의 탄탄한 힘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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