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회

수선회

 

고요한 마음이 필요한 것은 오히려 옛사람보다 바쁜 현대인이요, 산사람보다 번잡한 도심일 것이다. 육신은 시공에 갇히지만, 마음은 시공에 가둘 수 없다고 했던가. 마음의 터를 닦아 도심에서 산중 선원과 히말라야의 고요를 경험할 수 있다면 도시생활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일 것이다. 한국 불교 1번지라는 서울 조계사의 ‘등잔 밑’에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 수선회가 그런도심 선방이다.

조계사의 화려한 연등을 지나 조계사와 담이 맞닿아 있는 원당빌딩 3~4층에 올라가면, 참선하는 재가불자들의 얼굴에서 산사의 솔바람이 느껴진다. 세상 번민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바위처럼 앉은 재가선객들의 주위에는 선선한 기운만이 감돈다

순선회 회원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부동자세로 앉아 오래도록 참선의 맛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수선회를 이끄는 현담 스님은 오히려 부동자세도, 밤샘 참선도 강요한 적이 없다. 또 참선 중에 졸거나 자세가 흐트러진다고 죽비로 내려치는 법도 없다. 힘이 들면 언제든 다리를 뻗으라고 했다. 그리고 하루에 단 5분만 참선을 하라고 했다. “한 시간을 하겠다고 맹세하고 30분밖에 못하면 꺼림칙한데, 5분 한다고 다짐하고서 10분을 하면 흡족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수선회 회원들은 이처럼 부담 없이 5분 참선부터 시작해 참선을 습관화하고 생활화했다. 매주 토요일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 하는 철야정진 때 8시간 동안 한번도 쉬지않고 참선하는 이들도 처음엔 그렇게 5분부터 시작했다.

1988년부터 수선회를 맡아 이끌고 있는 현담 스님이 스님들 가운데서도 소수만이 할 수 있다고 알려진, 어려운 참선의 핵심을 현대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해석해주었다.

그는 마음을 화두, 생각, 망상으로 구분했다. 화두를 참구하지 않을 때에도 ‘의식적인’ 생각은 해야 하지만, 번뇌인 망상에선 벗어나야 한다. 화두 참구자들이 헷갈리기 쉬운 전제(全提)와 단제(單提)도 명쾌히 구분했다. 단제 자리는 괴로움도 공포도 죽음도 붙을 수 없는 근본 당체이며, 전제ㅡㄴ 찰나에도 수없이 감정과 생각과 번뇌가 오가는 자리라고 분명히 구분해줌으로써 초심자도 혼동 없이 매진 할 수 있게한다.

수선회는 선교육 후입방을 원칙으로 한다. 일단 누구나 현담 스님으로부터 다섯 차례의 참선교육을 받아야한다. 지금까지 참선교육 수료자만 4천여 명에 이른다. 교육 뒤 세번의 안거(90일간)를 거쳐야 정회원이 되어 양평의 산중선원에서 토요일마다 진행되는 철야정진에 참가할 수 있다. 수선회에선 공식적인 철야정진만 300여 차례를 했다. 현재 1천여 명의 정회원이 있고, 이곳을 거친 이들 가운데 무려 120여 명이 출가해 전국 선방에서 수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간단명료한 지도가 수많은 수행자의 공부 길을 열어준 것이다.

참선 전문가인 그가 처음에 제시하는 것은 참선이 아니다. 그는 망상이 많은 사람들에겐 참선에 앞서 먼저 숫자를 세는 수식관을 하게 한다. 처음엔 50부터 1까지 숫자를 거꾸로 센다. 중간에 숫자를 잊어버리면 다시 세야 하기에 마음을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숫자에만 집중하다 보면 걱정과 분노가 ‘쉬어지게’ 된다. 결국 수식관에 이어 가르치는 화두선도 번뇌망상을 쉬어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수선회라고 참선만 하는 것은 아니다. 불교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그의 법문이야말로 한 생각을 돌이키게 하는데 그만이다.

“마음이 마구니이고, 마음이 부처입니다.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지요. 어떤 사람의 행동 때문에 화가 날 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럴 수도 있곘구나’라고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힘든 일을 겪을 때 ‘왜 내게만 이런 고통이 오는 것이냐’고 불만을 터뜨리기 보다는 ‘이만하니 다행이다’라고 생각을 바꿔보세요.”

그는 상대에 대한 분노가 상대를 괴롭히는 게 아니라 결국 자신을 괴롭히는 것임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자기가 자기를 괴롭힐 때 만나는 것이 바로 병입니다.”

그러면서 늘 ‘감사의 마음’을 되새기라고 강조한다. 성한 다리로 걸을 수 있고, 가족이 있고 ¨¨¨ 감사할 거리를 헤아려보거나 공책에 낱낱이 적어보라고 권한다.

“상대를 편안하게 하고, 상대에게 이익을 주는 사람이 바로 부처입니다.” 스님의 법문으로 한 생각을 돌린 수선회 회원들이 다시 참선을 시작한다. 2500여 년 전의 부처, 나와 너무 동떨어져 있는, 멀게만 느껴지는 부처는 이제 없다. 불안한 마음을 쉬면서 평안해진 얼굴들이 말해주지 않는가. 날마다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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